프로야구 LG트윈스 투수 김성현 ‘승부조작 혐의’ 체포, 박현준 소환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기조작 의혹을 사고 있던 LG 김성현(23)이 체포됐다.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검은 28일 "LG 투수 A씨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금일 A선수를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 조사 후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체포 사실 이외에는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검찰은 피의 사실에 대해 공표하지 않는다. 피의 사실과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경기조작 대가로 받은 금액은 정확한 금액이 아니다. 또한 현재 의혹을 사고 있는 선수 외에 다른 곳으로 수사가 확대된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지검이 신병을 확보한 김성현은 지난 25일 구속된 대학야구선수 출신 브로커 김모씨(26)와 고교 선후배 사이다. 경기조작 파문이 터진 뒤 구단을 통해 "언급된 브로커가 고교 선배라 내 이름이 언급된 것 같다"며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번 프로야구 경기조작 파문은 프로배구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됐다. 제주도 출신 브로커 강모씨(29·구속)가 프로배구 의혹으로 검거돼 조사를 받던 중 프로야구에서 '1회 볼넷'을 두고 LG 김성현과 박현준이 경기를 조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강모씨와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때 구속돼 수감중인 또다른 브로커 김모씨(25)의 진술에 따라 수사가 본격화됐다.

선수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김씨가 구속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기조작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선수에게 이를 제안한 뒤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밝혔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김성현의 체포 시점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 전부라고만 설명했다. 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기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성현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진주 잔류군에서 훈련중이던 김성현이 체포되면서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중인 박현준 역시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소환 시점을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LG 어쩌나.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LG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28일 오후 수사관들을 LG의 2군 진주 캠프로 급파해 경기 조작설에 연루된 김성현을 긴급 체포했다. 김성현은 이날 오전에도 정상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한 뒤 오전 11시에 시작된 연습 경기까지 동참했다. 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았지만 체포가 임박한 선수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평온한 표정이었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이다.

그러던 그가 '감쪽같이'사라졌다. LG의 모 코치는 "경기 도중인 1시쯤 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연습경기이기 때문에 수시로 화장실을 오가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선수 1명이 없어진 것은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군 선수들이 묵고 있는 진주 동방호텔 관계자 역시 "수사관들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유명한 선수도 아니어서 알아차릴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정황상 이날 체포된 김성현은 진주에 머물고 있는 2군 감독이나 매니저 등 최소한의 구단 관계자를 통해 연습 경기 도중 조용히 검찰 수사관들에게 인도됐을 가능성이 높다.

잠실구장의 구단 사무실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검찰에서 소환을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까지 공언한 상태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체포 소식에 적절한 반응조차 내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순길 LG 단장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면서도"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에 소식을 들었다. 일단 정확한 사실 파악을 해야 할뿐더러 조사 중이기 때문에 구단의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LG는 김성현과 박현준이 경기 조작설에 연루되자 직접 면담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설'의 확대재생산 자제를 하소연했었다. 백 단장은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그룹으로서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심각성을 확인했다. '정도 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는 LG는 총수가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에 드나들지 않았던 유일한 대기업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야구단도 2000년대 성적의 추락과 함께 그라운드 안팎에서 잦은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법을 어긴 적은 없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올시즌 희망도 불투명해졌다. 조작설에 연루된 나머지 1명인 박현준도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어서 최악의 경우 선발 투수 2명을 배제하고 시즌을 꾸려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무죄가 입증된다 하더라도 품위 손상에 따른 '출전 제한 조치'가 불가피해 사실상 전력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 이미 송신영과 이택근 등 자유계약선수(FA)의 이탈로 큰 전력 손실을 입은 LG로서는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꿈이 벌써부터 꺾일 위기를 맞았다.

지난 시즌 현역 투수 2명에게 모두 1200만 원을 건넸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가 26일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학야구 선수 출신 김모 씨(26)로 부터 포섭한 선수 2명에게 총 12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김 씨는 브로커 김모 씨(25·구속 수감) 등과 함께 지난해 포섭한 투수 2명에게 경기 중 '첫 이닝 고의 볼넷'을 부탁했으며 이에 대한 사례금으로 1200만 원을 건넸다는 것. 김 씨는 이 투수들에게 1건당 300만 원씩 총 4차례, 모두 1200만 원을 현금으로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투수 2명이 참여한 경기 수와 김 씨에게 받은 개별 금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 씨가 거론한 투수 2명은 현재 팀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해당 구단 또한 "두 선수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인 자금 흐름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투수 2명에 대한 검찰 소환 시기도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